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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와 회고'를 자주 쓰는 생존 전략으로 만들기

tobeythebully 2025. 2. 13. 16:55

AC2 오리엔테이션 때 했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마다 자주 쓰는 생존 전략이 있다. 그런데 그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는 창준님의 말씀을 들은 것이었다. 그 때 당시에 바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AC2에서 '습관 설계 워크샵'을 하고 나서, 그 내용이랑 연계돼서 그 내용이 점점 와닿기 시작했다.

 

알게모르게 우리의 모든 행동은 습관의 결과물이다. 그 습관은 결국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우리 뇌가 생각하는 '나에게 유리했던 경험'이 만든 결과물이다. 과거에 시도했고, 결과가 좋아서 내가 만족스러워하는 감정과 호르몬이 이후에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시도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습관은 그렇게 '유리한 시도가 나에게 긍정적 감정과 호르몬 분비를 일으킨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고, 안 좋은 습관은 '불리한 시도가 나에게 긍정적 감정과 호르몬 분비를 일으킨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습관은 유리한 시도가 축적되면 '높은 이율을 가진 복리 계좌'가 되어주기도 하고, 불리한 시도가 축적되면 '높은 이율을 가진 부채 계좌'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누군가에게 당뇨병은 그냥 한순간에 생겨버린 병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스트레스 받았을 때 폭식을 해서 긍정적 감정과 호르몬 분비를 일으킨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불리한 습관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삶은 어쩌면

현재 나의 상태 값 x ('유리한 습관'의 이율 총합 - '불리한 습관의 이율 총합)

일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나면 우리는 '아, 그럼 유리한 습관을 쌓고, 불리한 습관을 없애야겠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습관은 어떤 면에서는 '지금까지 나의 삶과 나의 환경, 나의 특성 등을 종합해봤을 때 내가 반복적으로 긍정적 감정과 호르몬 분비를 하기 유리하도록 우리 몸에서 우리 스스로를 최적화한 결과'이다. '자주 쓰는 생존 전략이 불리할 수 있다'고 했지, '자주 쓰는 생존 전략이 불리하기만 하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생존 전략을 안 쓰려고하면 되게 어려울 수 있다.

 

좀 더 유리한 접근 방식은 '생존 전략을 선택하기'를 습관화하는 것일 수 있다.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내가 자주 쓰는 생존 전략을 바로 쓰는게 아니라, '생존 전략을 선택하기' 전략을 쓰는 것이다. 그림으로 보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좋은 점은 1. 자주 쓰는 생존 전략을 바로 쓰지 않고 한번 물러섬으로써 문제에 몰입되지 않게된다는 것이고, 2. 자주 쓰지는 않아도 그 상황에 더 적절한 생존 전략을 써볼 수 있게 돼서 더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습관 복리를 만들지, 습관 부채를 만들지는 나한테 달려있다. 어떤 습관을 먼저 만들면 나머지 습관을 만드는데 유리할까 생각해보면 '설계하기' 자체를 맨 먼저 습관으로 만들려고 하는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자주 쓰는 생존 전략을 '얼빠진 상태'로 계속 쓰는게 아니고 '자주 쓰는 생존 전략을 쓸지 말지 선택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선택지가 넓어지고, 그럼 엉뚱하게 최적화되어 습관 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하기'를 하면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 그 선택지를 명시적으로 고르고 나서 시도를 하고 나면, 안 먹히고 나서 외부 요인 탓하기가 아니라 '선택지에 대해 되돌아보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먹혔으면 유효했던 거고, 안 먹혔으면 뭔가 난이도가 높거나 실력이 낮았을 수 있다. 그럼 그 때는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정의하거나, 같은 문제에 대해 새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선택지를 새로 시도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점점 통제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들이 잘 보이게 된다. 그걸 명시적으로 다루면 '회고하기'가 된다. 그림은 이제 아래처럼 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근데 정신 안 차리면 죽을 수 있다. 생존 전략 정하기(설계하기)는 정신 차려야 할 수 있다. 혹은 그 자체로 정신 차리는데 도움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익숙한 상황에서 설계하기를 쓰면 더 잘할 수 있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하기를 쓰면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다. 

 

습관 복리를 키우고 습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제일 먼저 들이면 좋은 습관은 '설계하기'가 될 것이다.